다시 올라가서 문을 두들기니 열어 주신다.
그렇게 우리 셋은 만났다.
나, 위층, 윗위층 이렇게 셋이 만났다.
윗위층 분들에겐 죄송스럽다.
인상 좋은 여자분은 계속 아기를 안고 있다. 아기도 이 상황이 힘든지 조금씩 울기 시작한다.
오구오구 미안해 삼촌이 미안해.
아냐 내 잘못이 아냐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어 아기야
정중하게 사과드리며 회담(?)을 시작했다.
"저랑 이 분은 담배 안 펴요. 누군지는 제가 꼭 잡아 볼 테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제발 좀 문 좀 열어주이소. 미치겠어요"
나와 위층 할머니는 윗위층 할머니에게 부탁했다.
"아이고 미안해요. 나도 담배연기때문에 죽겠어요. 내가 죽으면 담배 연기 때문이라고, 아들한테 맨날 말해요."
"ㅁ호가 담배를 피우긴 해. 우리층에선 아무도 담배 안 펴~"
ㅁ호가 범인일까? 알 수 없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 집도 그런가?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지금 삼자대면중이야. 혹시 우리 집에서도 담배 연기 냄새 나?"
"응!? 어.... 응! 일단 마무리 하고 빨리 들어 와"
극 I 성향 아내가 기겁할 상황이긴 하다. 이렇게까지 일을 추진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괜히 자존감 올라간다.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윗위층은 적어도 본인이 사는 아래층과 아래 아래 층 사람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 두 분이서 했던 얘기 또 하시고,
서로의 얘기를 안 들으시고
나도 괜히 중간에 쓸 데 없는 소리 해서 말이 좀 늘어졌다.
"저 근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신 건가요? 전 근육질 헬스 할머니라도 사시는 줄 알았어요.(짤툰의 영향인 것 같다)"
그 할머니는 전혀 근육질이 아니셨다. 그 소리는 어떻게 내신 걸까?
"그냥 걷기만 했어요. 발뒤꿈치 들고 걷기만 했어요."
설마.... 이 분도 범인이 아닌걸까? 일단 이 회담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더 이상 말해봐야 진전이 없다.
윗위층은 사과했고, 우리는 오해를 풀었다.
다행히 어떻게든 끝났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서 내 위층 할머니께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저 사람 아주 나쁜 사람이야. 내가 저번에 얘기 했죠? 락스도 뿌렸다고. 일부로 그렇게 쾅쾅 거리면 안 되지. 그리고 어떻게 걷기만 하는 데 그런 소리가 나? 순 거짓말쟁이야"
아내한테도 말하니 똑같은 말을 한다.
"그게 무슨 걷기만 한 소리야? 그건 분명 뭘로 친거라니까!"
설마 진범이 따로 있는 걸까?
모르겠다.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됐다. 쓰레기 버릴 겸 밖에 나갔다.
배가 아파 관리 사무소로 갔다. 집에서 큰 일을 봐도 되지만, 아내를 배려하고 싶었다.
시원하게 일을 다 보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다.
"안 그래도 윗위층에서도 민원 넣더라구요. 열받아서 지팡이로 쾅쾅거렸다고"
아, 그럼 범인은 일단 윗위층이 맞구나.
"담배 연기는 어떻게 안 될까요?"
관리 사무소 직원 분도 내게 하소연을 한다.
"범인도 못 잡고, 잡는다해도 '여기가 무슨 공산주의냐 내가 내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우나!' 이러는 데 무슨 수로 막아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윗위층 할머니 전화번호라도 받을 걸 그랬다.
이젠 제발 쿵쿵 거리지 않아주시길 바라야 겠다.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일부로 쿵쿵 거리는 것도 잘못이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일부로 소리를 내는 쪽이 더 잘못인 것 같다.
나도 조심 또 조심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