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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층간 소음 5(完)

interfloor noise vs interfloor smoke by bing image creator

 

 

다시 올라가서 문을 두들기니 열어 주신다.

그렇게 우리 셋은 만났다.

나, 위층, 윗위층 이렇게 셋이 만났다.

 

윗위층 분들에겐 죄송스럽다.

인상 좋은 여자분은 계속 아기를 안고 있다. 아기도 이 상황이 힘든지 조금씩 울기 시작한다.

오구오구 미안해 삼촌이 미안해.

아냐 내 잘못이 아냐

누구 잘못인지 모르겠어 아기야

 

정중하게 사과드리며 회담(?)을 시작했다.

 

"저랑 이 분은 담배 안 펴요. 누군지는 제가 꼭 잡아 볼 테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제발 좀 문 좀 열어주이소. 미치겠어요"

 

나와 위층 할머니는 윗위층 할머니에게 부탁했다.

 

"아이고 미안해요. 나도 담배연기때문에 죽겠어요. 내가 죽으면 담배 연기 때문이라고, 아들한테 맨날 말해요."

 

"ㅁ호가 담배를 피우긴 해. 우리층에선 아무도 담배 안 펴~"

 

ㅁ호가 범인일까? 알 수 없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 집도 그런가?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지금 삼자대면중이야. 혹시 우리 집에서도 담배 연기 냄새 나?"


"응!? 어.... 응! 일단 마무리 하고 빨리 들어 와"

 

극 I 성향 아내가 기겁할 상황이긴 하다. 이렇게까지 일을 추진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괜히 자존감 올라간다.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윗위층은 적어도 본인이 사는 아래층과 아래 아래 층 사람은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 두 분이서 했던 얘기 또 하시고,

서로의 얘기를 안 들으시고

나도 괜히 중간에 쓸 데 없는 소리 해서 말이 좀 늘어졌다.

 

"저 근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내신 건가요? 전 근육질 헬스 할머니라도 사시는 줄 알았어요.(짤툰의 영향인 것 같다)"

 

그 할머니는 전혀 근육질이 아니셨다. 그 소리는 어떻게 내신 걸까?

 

"그냥 걷기만 했어요. 발뒤꿈치 들고 걷기만 했어요."

 

설마.... 이 분도 범인이 아닌걸까? 일단 이 회담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더 이상 말해봐야 진전이 없다.

윗위층은 사과했고, 우리는 오해를 풀었다.

 

 

다행히 어떻게든 끝났다.

그런데 내려오는 길에서 내 위층 할머니께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다.

 

"저 사람 아주 나쁜 사람이야. 내가 저번에 얘기 했죠? 락스도 뿌렸다고. 일부로 그렇게 쾅쾅 거리면 안 되지. 그리고 어떻게 걷기만 하는 데 그런 소리가 나? 순 거짓말쟁이야"

 

아내한테도 말하니 똑같은 말을 한다.

 

"그게 무슨 걷기만 한 소리야? 그건 분명 뭘로 친거라니까!"

 

설마 진범이 따로 있는 걸까?

모르겠다.

 

어느새 시간은 밤이 됐다. 쓰레기 버릴 겸 밖에 나갔다.

배가 아파 관리 사무소로 갔다. 집에서 큰 일을 봐도 되지만, 아내를 배려하고 싶었다.

 

시원하게 일을 다 보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다.

 

"안 그래도 윗위층에서도 민원 넣더라구요. 열받아서 지팡이로 쾅쾅거렸다고"

 

아, 그럼 범인은 일단 윗위층이 맞구나.

 

"담배 연기는 어떻게 안 될까요?"

 

관리 사무소 직원 분도 내게 하소연을 한다.

 

"범인도 못 잡고, 잡는다해도 '여기가 무슨 공산주의냐 내가 내 집에서 담배도 못 피우나!' 이러는 데 무슨 수로 막아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윗위층 할머니 전화번호라도 받을 걸 그랬다.

이젠 제발 쿵쿵 거리지 않아주시길 바라야 겠다.

 

집에서 담배 피우는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일부로 쿵쿵 거리는 것도 잘못이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일부로 소리를 내는 쪽이 더 잘못인 것 같다.

 

나도 조심 또 조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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