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습작

층간 소음 3

interfloor smoke and noise

 

아무 응답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아내는 밤마다 괴롭고 그 뒤에 몇 번 올라가 봤다.

그래도 조용하다.

이젠 무섭지 않다. 짜증난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해도 일이 안 된다.

층간 소음은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말만 한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으니 내가 악성 민원인이 된 것 같다.

관리 사무소에서 윗윗집에 연락을 했다.

 

며칠 뒤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그 집에 아주머니 한 분만 살고 있다고 한다.

원래 모자가 살았으나 아들은 그 아파트에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때마침 아파트에 한 남자가 자꾸 거슬린다.

떡진 머리, 줄담배를 하는 그 남자가 묘하게 눈에 거슬린다.

 

어느 날 밤, 아내가 퇴근하고 같이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줄담배를 피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담배를 던진다.

다행히 우린 편의점 안이고, 그 남잔 밖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싸워야 하나? 두려움 반 분노 반

덩치가 꽤 있어서 싸우면 내가 질 것 같았다.

 

아내가 무서운지 나를 말린다. 고마워 여보. 사실 나도 무서웠어.

 

그래도 심장이 계속 두근거린다.

다행히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우연히 담배를 우리쪽으로 던진걸까?

 

저 사람이 윗위층 아냐?

그냥 분노조절장애 환자인가?

조현병일까?

 

몰라 무서워.

 

그 뒤로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층간 소음은 끊길 듯 끊기지 않았다.

 

이젠 포기하며 살았다.

만약 올라갔는 데, 그 남자라도 있으면 더 무서울 것 같다.

말 자체가 안 통할 것 같다.

 

분노 조절 장애 환자가 괜히 화풀이 한다고 쾅쾅 거리면 그걸 어떻게 말려?

 

사실 그 문 안에선 그 남자가 쾅쾅거린거고, 어머니가 커버쳐준거라면?

 

퇴근 길에 우연히 그 남자를 봤다. 한 중년 여성과 같이 걷고 있다.

둘이 모자같았다. 

그럼 정말 저 둘이 내 윗위층 사람인건가?

 

우린 안방 위치를 바꾸거나 이사를 가는 것도 생각했다.

둘 다 피곤하다보니 흐지부지 시간만 흘렀다.

 

아내는 괴로워했다.

나는 점점 잊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랑 통화를 할 일이 생겼다.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서 밖에서 통화를 했다.

소음 보복이라도 할 생각으로 윗위층에 올라갔다.

그 앞에서 시끄럽게 통화할 생각이었다.

근데 안에 사람이 보였다.

한 명? 두 명? 일단 있다.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층간 소음 5(完)  (2) 2023.04.07
층간 소음 4  (0) 2023.04.07
층간 소음 2  (0) 2023.04.07
층간 소음 1  (0) 2023.04.07
신라의 전통을 기억하는 실버라이닝  (0)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