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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층간 소음 1

interfloor noise by bing image creator

 

나는 잠귀가 어둡다. 게다가 귀도 한쪽만 들린다. 소음 때문에 깨거나, 잠 못 드는 일은 없다. 반대로 아내는 예민한 편이다. 잠드는 것도 힘들어한다. 자다 깨면 다시 못 잔다. 나 때문에 아내가 깨면 너무 미안했다. 문제는 내가 아니었다.

 

처음엔 TV소리였다. 밤마다 들리는 TV소리에 아내는 잠들지 못 했다. 처음엔 어디에서 들리는지 구분이 어려웠다. 아내의 예민한 청각에 의존한 결과, 범인은 위층 같았다. 밤에 올라가려니 무서웠다. 아내의 부탁인지, 나의 허세였는 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올라갔고, 문을 두들기고 벨을 눌렀다. 안 열린다. 결국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러자 조용해졌다.

 

그 이후에도 윗층은 가끔 시끄러웠다. 그래도 밤에 그런 건 아니라 참을만했다.

 

이번엔 쿵쿵 소리였다. 누가 헬스라도 하는 걸까? 굿이라고 하나? 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들었다. 밤에 이러니 아내가 또 잠들지 못한다. 어쩔 수 없지. 무섭지만 또 올라갔다. 이번에도 문 열지 않는 윗 층 집. 혹시나 싶어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봤다. 뭔가 이상하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그 집의 더 위층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쫄렸지만 올라갔다. 그냥 무시하고 자고 싶었다. 그래도 올라갔다. 귀를 댔다.

 

맞았다.

 

내 예감이 맞았다.

 

여기였다.

 

문을 두들겼다. 다행히 안에 사람이 있다. 

 

"누구세요?"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같아도 문 열기 싫을 것 같다. 늦은 밤의 노크소리 만큼 무서운 건 없다. 대답이라도 해주니 고마웠다.

 

"네~ ㅇ호입니다. 쿵쿵소리가 나는 데, 실례지만 혹시 여기서 나는 소리가 맞을까요?"

 

설마

 

"네 맞아요. 아래서 담배 연기가 올라와서 죽겠어요.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이럴 수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안심했다. 별별 망상을 다 했는 데, 그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불법 체류자가 한 20명 살고 있다거나, 불법 공장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층간 소음과 층간 담배 연기, 세계관 최강자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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