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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층간 소음 2

Interfloor noise by bing image creator

 

그날 이후 소음은 멎었다. 나 자신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렇게 층간 소음을 잊고 살았다. 바로 윗 층 사람은 골초이며, 윗위층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그런다고 생각했다. 

윗 층 사람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다. 어떤 분일까?

 

주말 어느 날, 알 수 없는 충동에 휩싸여 윗 층에 가봤다. 이른 저녁이기에 혹시나 싶었다.

 

역시나였다. 사람이 있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이사오신 지 얼마 안 된 분 들이신가요?"

 

신상 정보 체크는 해야 한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이라면, 생사람 잡는 꼴이 된다. 괜한 의심은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 예민한 아랫집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난 예민하지도 않다.

 

"됐어요~"

 

안에는 중년 여성분이 있었다. 나를 판매원으로 착각한 듯하다. 내 정체를 밝혔다.

 

"사실 ㅇ호 사람이에요."

 

그러자 여성 분의 안색이 바뀌었다. 성가셔하다가 반가워하는 표정. 하여튼 나쁜 표정은 아니다.

집 안을 보니 아주 평범했다. 유치원생~초등학교 저학년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 둘, 중년 여성분과 그분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분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이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포스트잇 봤어요."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됐다. 이 분들, 굉장히 억울해 보이신다.

 

"저희는 오랜만에 놀러 왔고요. 여기 엄마 혼자 살아요."

 

그러자 옆에 할머니께서 말씀을 이어가신다.

 

"노인 혼자 뭘 하겠어요. 밤에도 일찍 자고, TV도 거의 안 봐요. 밤귀가 어두워서 그땐 문을 못 열어줬네요. TV 소리는 요샌 작게 줄여서 보고 있어요."

 

할머니들 중엔 흡연자들이 계신다. 어차피 용건은 이게 아니었다.

 

"혹시 담배 피우시나요?"

 

그러자 다들 손사래를 친다. 정말 억울해 보인다.

 

"뭔 담배요! 다른 집에서 피긴 펴요. 거기 엄청 담배 펴요."

 

아니 그럼 윗위층은 대체 뭣 때문에 쿵쿵거린 거야? 뒤에 들린 이야기가 더 가관이다.

 

"아이고 말도 말아요. 나도 밤마다 미치겠어요. 쿵쿵거려서. 그리고 얼마 전엔 베란다에 락스물을 뿌리더라고요."

 

쌓인 게 많으신 모양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하소연을 시작하신다.

 

"하도 쿵쿵거려서 문 열어달라고 하면 열어주지도 않아~"

 

나랑 똑같다. 생각해 보니 나보다 내 위층이 더 시끄러웠을 것 같다. 귀가 어두운 나한테도 들리는 소리였다. 위층에서 들었으면 분명 훨씬 시끄러웠을 것이다.

 

갑자기 다시 무서워졌다. 문 열지 않는 윗윗집. 락스물도 뿌리고, 쿵쿵 거리는 그 집. 

윗집은 이제 정체가 밝혀졌다. 이 아파트가 지어지자마자 입주한 분이시다. 터줏대감이신 것이다.

나한테 거짓말을 할 순 있다. 내가 눈치 없을 수도 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사람을 많이 봐와서 안다. 이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아. 억울해하고 있어. 

 

또 무서워졌다.

 

"요샌 좀 조용하지 않아요?"

 

생각해 보니 요샌 조용했다. 

 

"요새 또 시끄럽더라고. 나도 죽겠어~"

 

이건 무슨 소리지? 그러고 보니 그때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다.

 

덕담을 나누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다행히 명함이 있어 명함을 드렸다.

이 핑계로 친구 하나 사귄 기분도 들었다.

옆집 사람도 모르고 사는 시대에 윗집 사람이랑 알게 되니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며칠 뒤 쿵쿵 소리는 계속 됐다.

아내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나는 다시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윗위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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