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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층간 소음 4

interfloor noise and smoke

밤도 아니고 저녁이다. 안에 사람도 있다. 많아 봐야 두 명이다. 불법 이민자가 수십명 있거나 공장이 있거나 굿판이 아니다. 그래도 무섭다.

 

엄마랑 통화를 크게 하며, 그 앞에서 시끄럽게 하려고 했으나 무서워서 피했다.

 

통화 끝나고 아내한테 이 사실을 알렸다. 음료수를 챙겨주며 부탁해보란다.

비싼 건 주기 싫었다. 과일 쥬스는 내가 먹기도 모자랐다. 모자란 건 아니지만 하여튼 난 많이 먹는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아몬드 쥬스 두 개를 챙겼다.

 

심호흡 크게 하고 문을 두들겼다.

 

"계신가요?"

 

"네~ 무슨 일이시죠?"

 

남자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상냥한 목소리다.

 

"네, 저번에 말씀나눴던 ㅇ호 사람입니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선한 인상의 남자분과 여자분 그리고 사랑스러운 여자 아기가 있다.

두 분은 부부같았다. 저녁에 낯선 사람의 방문이 달갑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웃는 상이시다. 

예의바르고 좋은 분 같으시다.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다들 인상이 곱고 좋다.

아들이 엄마 집에 놀러온 것 같다. 

안심했다.

그 때 본 무서운 분은 아니구나.

그래도 의문은 풀어야 했다.

 

우리 부부는 술담배를 안 한다.

우리 위층 할머니도 혼자 살고 담배 안 피우신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윗위층 사람을 분노하게 한 걸까?

 

"제가 담배 피는 사람 잡아보려고 했는데요, 일단 아래층분(내 바로 위 층)은 아니시구요."

 

구구절절 내 얘기를 시작했다. 두 층 아래 사람이다부터 시작해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렸다.

 

남자분은 친절히 내 얘기를 다 듣더니 할머니를 달래셨다.

 

"엄마, 이 분들 다 아니라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해. 아이고 죄송합니다."

 

옆에 할머니도 할 말이 있으신 것 같다.

 

"나도 죽겠어요. 도대체 그 놈의 담배 연기가 어디서 올라 오는지 미치겠다니까요. 지금도 베란다 쪽에서 올라와요"

 

나도 죽겠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가 죽겠다. 이 분은 이 분대로 잠도 못 자고 목도 따갑고 냄새가 너무 올라와서 미치겠다고 한다. 담배 핀 놈은 누군지 모르겠다. 짐작 가는 분은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아파트가 복도식이라 담배 연기가 어디서 올라오는 지 모르겠다.

 

 

"네, 사실 지금도 냄새가 올라오긴 올라오거든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저희가 해결해볼게요."

 

신사같은 남자분, 여자분은 아기를 안고 계속 웃고 계신다. 팔 아프시겠다. 애기 너무 귀여워. 멍 하니 있는 게 사랑스럽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싶었으나 명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분도 연락처 교환을 꺼려하신다. 답답한 마음에 내 연락처를 적어드렸다. 

 

생각해보니 삼자대면을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혹시나 싶어 아래층에 내려 가니(내 바로 위 층) 사람이 있다. 

전화부터 했다. 안에 계신단다. 뭘 태웠단다. 그럼 이 것 때문인가?

안에 들어와 보라고 하셨다. 들어와보니 이 냄새가 아니다. 그럼 대체 뭘까?

삼자대면을 요청하시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렇게 삼자대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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