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현재에 직면하게 되며 위로를 받게 된다. 또한 함께 하는 시간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거울, 질서, 시간, 현재와 직면, 그리고 빛과 그림자 이렇게 일곱 가지(혹은 다섯 가지) 같다. 키워드 말고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 서평의 제목과 한 줄 평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세한 서평을 위해 키워드별로 풀어서 설명하겠다.
첫 번째는 거울이다. 나는 내가 외형만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내 성격은 어머니랑 똑같다고 생각했다. 어떤 날은 얼굴에서도 어머니와 닮은 부분을 발견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이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결혼을 하자 의심은 확신이 됐다. 목소리나 배우자에게 하는 행동들이 아버지를 똑 닮은 나를 보게 됐다. 존경스러운 부분이나 그렇지 못한 부분이 모두 아버지와 판박이인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벌거벗겨진 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나도 모르게 좋든 싫든 아버지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된 것이다. 우리는 직업도 닮았다. 나는 강사, 아버지는 영업 사원이다. 둘 다 사람을 상대한다. 아내 한 사람을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지만, 게으를 땐 한없이 게으르다. 고집이 세고 자동차를 좋아한다. 다른 점들도 많지만 많은 점들이 겹쳐서 보인다. 나를 보면 아버지가 보인다. 이 책을 보니 더 그렇다. 아버지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됐다.
두 번째는 질서다. 나는 지금도 부모님 두 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있다면 처음으로 존댓말을 쓴 건 아버지에게였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이와 같이 말한다.
어머니와 아들이 살과 피로 만들어진 애착 관계라면, 아버지와 아들은 사회적 관계이다.
아버지에게서 '질서'를 배울 수 있으며, 이 것을 잘 배울 때 사회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부분은 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다. '약한 아버지'로 인식된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실망과 불안,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아들에게 지는 역할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아이가 아버지를 때리는 행위는 아버지는 '약한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뜻이고, 아버지가 그대로 수용하면 아들은 실망과 불안, 두려움을 느낀다.
이 부분에 공감이 갔다. 난 어렸을 적에 아버지한테 함부로 대했다. 이때의 난 질서를 몰랐다. 아버지의 약한 모습을 보자 실망을 많이 했던 것도 기억난다. 내가 사춘기일 때, 아버지는 내게 점점 엄하게 대했다. 이때 거리가 멀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질서를 잡아주려고 하셨던 것 같다. 참 죄송스럽다. 그리고 감사하다. 너무 버르장머리 없게 키웠다면 난 지금도 사회 부적응자였을 것이다.
아들과의 관계 회복은 단지 비위를 맞춰 주려는 자세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맺어야 이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버지를 더욱 존경하게 됐다. 아버지가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유지하고 아들인 내가 그것을 인정할 때 관계는 회복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있다. 아버지 탓은 아니지만, 나는 외동아들로 자라서 '질서'를 잘 배우지 못했다. 이 것 때문에 조직 생활에 적응을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세 번째는 시간이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주인공인 노노미야 료타와 사이키 유다이가 나눈 대화중 이런 말들이 있었다. 모두 사이키 유다이가 노노미야 료타에게 한 말이다.
자신 밖에 할 수 없는 일은 '아버지'로서의 일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노노미야 료타는 성공한 대기업 직장인이고, 사이키 유다이는 동네 전파상 주인이다. 둘의 가정과 자동차 그리고 사는 곳을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환경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르다. 이 둘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시간'에 대한 가치관이다. 료타는 시간을 회사에 쏟지만, 유다이는 자녀들에게 쏟는다. 료타가 아내의 출산 정도는 함께 해줬다면 자식이 바뀌는 비극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극초반엔 료타가 두 아들을 모두 데려가길 바랐다. 유다이를 보며 한심스럽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둘 다 가슴 아프게 아름다운 아버지들이다. 영화가 끝날 때 그래서 더 먹먹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료타처럼 유능하고 유다이처럼 시간도 많이 보내는 그런 아름다운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영화뿐 아니라 책에서도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의 아버지 역시 내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셨다. 어린 시절엔 아버지랑 놀러다닌 기억이 많아서 즐거웠던 것 같다. 난 게임이 더 좋아졌고 아버지는 바빠질 때 그 때 우리의 거리도 멀어졌던 것 같다.
가족을 사랑하라. 맡겨진 이들을 돌보라. 절대 포기하지 마라. 대화하고 노는 일을 결코 중단하지 마라.
남자이면서 아버지인 우리에게 남자란 무엇이고 남자에게 주어진 본질적 핵심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와 직면, 그리고 빛과 그림자이다. 사실 이 책에서 이 영화를 언급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 료타가 아이가 뒤바뀐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 한 말은 "역시 그랬군"이다. 엘리트이며 매사에 경쟁적인 료타는 느리고 승부욕이 없는 케이타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아이가 아니니 역시 그렇다며 납득을 한다. 하지만 료타는 케이타와 보낸 시간을 추억하며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간다.
위에서 책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를 거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과 아버지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다. 문제는 아버지는 무의식 중으로 아들을 투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투사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아들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자신의 단점이 아들에게는 없길 바란다. 료타는 전자였고, 료타의 그 대사는 아내에게 커다란 비수가 되어 꽂힌다. 이 대사는 극 중 부부 갈등의 도화선이 된다. 책의 다양한 사례들에서도 많은 아들들이 아버지의 이러한 투사로 고통받았다.
좋은 부모는 자기가 물려받은 카르마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칼 융)
칼 융은 투사를 거두게 되면 비로소 자기 내면 안에 있던 황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자신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올바르게 직면할 것을 도전한다. 아들에게 긍정적 투사든, 부정적 투사든 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자신 내면 안에 있는 그림자를 물려주지 않을 때 비로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보며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아버지로서 준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됐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뿐 아니라 가정을 위해서라도 나를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함을 알게 됐다. 키워드랑 문장으로 요약하지 못한 좋은 구절들과 내용들도 있다. 그것들까지 모두 옮기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쉽다. 끝으로 이 책의 아름다운 문장들 몇 가지를 인용하겠다.
너의 아버지, 어머니는 부모로서 완벽하지는 못한 분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염려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상처를 준 사람도 부모이지만,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부모이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진다. 피해의식의 찌꺼기 속에 고통받지 않고 편해지며 자존감의 회복이 온다.
회복은 내 안에서 그렇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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