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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프로그래머를 그만두었는가?(完)

나는 왜 프로그래머를 그만두었는가? (6)


내 연봉은 1690이었고, 이 마저도 퇴직금 포함이었다. 

참고로 난 바보같게도 면접 당시 연봉도 모르고 입사를 했다. 어쨌든 석사때랑은 다르게 돈을 벌긴 버는 거니 말이다.

난 나 나름대로 합리적인 연봉을 불렀다. 2500~2600을 불렀다. 유니티개발자분이 2400-2600을 부르셨으니 비슷하게 받으려고 했다. 그 당시 회사에선 유니티로 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고 안드로이드나 Java, C#, WPF가 주였다. 그리고 유니티 개발자분이랑 나랑 경력도 비슷했다. 그러니 이정도는 받을 줄 알았다. 내 사수만큼 잘하진 않았지만 나름 유지보수도 열심히 했고, 프로젝트도 쳐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장은 회사의 포텐셜을 말하면서 2300을 재시하였다. 아마 그 것도 술먹고 나랑 카톡했던 걸로 기억한다. 난 사무실에서 야근하며 진지하게 말한 건데 이 사람은 술 먹으면서 2300을 부른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유니티 개발자 밑에서 일한다는 것을 전재로 깔았다. 내가 왜? 그 분이 못하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깔리지도 않은 유니티때문에 내가 그 분 밑에서 일한다고? 물론 이 부분은 내 오해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연봉은 내가 그 분보다 적었다. 그 분이 최소 2400이었고, 난 2300이니 말이다. 

 

연봉하면 할 말이 많다. 입사하자마자 1690에 해당하는 돈을 받지도 못했다. 다른 병특은 최저시급도 못 받는 데, 난 그 정돈 받으니 감사하라는 말도 들었다. 엄청 비싼 돈 주고 데려왔다는 식으로 말하니 더 황당했다. 입사 후 3달간은 수습기간이라는 미명하에 70%만 받았고, 그 뒤엔 일을 너무 못 한다는 미명하에 80%만 줬다. 이 때 정말 그만두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병역특례 업체가 많지도 않았고, 그 중에서도 IT쪽은 전무했다. 공장이라도 가려고 했지만 손도 느렸고,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일을 못했다 할지라도 겨우 월 130가지도 이런 취급이라니 서러웠다. 게다가 웃긴 건 고용 보험료는 급여 100% 기준으로 다 떼고 사우회비까지 떼갔다는 사실이다. 정말 병역특례가 아니었다면 쳐다도 안 볼 곳인데, 잘 참고 다녔던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경력이 필요하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사장은 그런 날 잘 이용한 것이다.

 

씁쓸하게도 2년이 지나도 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았다. 내 사수때와는 대우가 달랐다. 근데 내가 봐도 내 사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수준이었지만 난 유지보수만 했을 뿐이다. 그 것도 사수가 짠 코드를 말이다. 어쨌든 이 소식을 들은 아내는 당장 그만두라고 했다. 그냥 대학원 복학해서 논문 완성하고 졸업하고 나서 다시 직장을 갖자고 하였다. 아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공백기간이 있다는 사실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문제들이 좀 있었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던 태블릿 pc가 단종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버그에 좀 더 취약해진 것 같았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고 원인도 굉장히 간헐적으로 발생하기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여기서 이렇게 똑같은 코드만 봤다간 정말 발전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홀가분하게 나갔다. 물론 착하게도 퇴사 후 며칠 뒤, 프로그램 수정 하나 해주러 출근했지만 그게 다였다. 

이 시기에 정보처리기사도 땄다. 남들은 학부 졸업때 따는 걸 난 이 때 땄다. 영어 공부도 했으나 실패했다. 이 때 정보처리기사 딴 것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다. 지금은 난이도가 엄청 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난 대학원 복학을 하게 되었다. 과연 남은 한 학기 만에 졸업을 할 것인가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