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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프로그래머를 그만두었는가?(完)

나는 왜 프로그래머를 그만두었는가? (7)

이 시리즈가 이렇게 길어질 준 몰랐다.

난 P이기도 하고, 폭발형이기도 하니 삘받을 때 얼른 써놔야겠다.

근데 이렇게 쓰다보니 중간중간 놓치게 되는 재밌는 일화들을 쓸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

이 것들도 나중에 꼭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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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복학 전 교수님을 찾아뵀다. 원래 연구실 문화는 평일은 9 to 10이었고 토요일은 9 to 6였다. 빨간날만 쉬게 해줬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방장형까지 졸업했고, 나머지 동기들은 자퇴해서 아무도 없었다. 파트타임하는 분 1명만 있었고, 내가 복학하게 된 것이다. 

 

결혼 당시 화환도 보내주셨기에 그에 대한 감사 인사도 드렸다. 그리고 이번에 복학 예정인데, 이전처럼 풀타임 생활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기도 했고, 생계문제도 있다고 했다. 물론 전부 핑계다. 이거라도 말하지 않으면 다시 연구실 노예가 되니 말해야 했다. 교수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교수님께 감사한 게, 근로장학생 일자리를 알려주신 것이다. 정말 웃긴 건 이 때 받은 돈이 140만원이라서, 병특때보다 더 벌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은 과사에 앉아서 시간만 때우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 교수님 덕분에 컴퓨터가 하나 생겼다. 비록 고물이긴 했으나 용량이 매우 빵빵했으며, 오래되긴 했지만 영화도 있었다. 그리고 포켓몬스터 게임 정돈 돌릴 수 있었기에 심심하지도 않았다. 연구실에 비치된 컴퓨터랑 크롬 원격 데스크 연결해서, 논문도 쓸 수 있었다.

 

석사 논문은 개꿀이라고 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때 당시엔 그렇지 못했다. 왜냐면 보통 석사 논문은 프로젝트 과제의 결과물을 정리하는 정도인데, 우리 연구실은 그 당시 프로젝트가 이미 끝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구실에 아무도 없기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즉 아무도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없었다. 나 혼자 졸업 논문 주제를 찾아야 했다. 아무리 석사 논문이 꿀이라고는 해도 최소한 논문 주제 정돈 있어야 했다. 내가 일하던 곳에서 알던 지식을 가지고 논문을 쓰려고 해도, 내가 알던 지식도 너무 얕았고, 적합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다행히 회사 입사 전에 얼굴 인식을 주제로 여러 번 세미나 한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 때 정리해 둔 자료가 천만다행히도 내 컴퓨터에 그대로 있었다. 내가 나가고 내 자리에 아무도 안 들어온 것이다. 만약 누가 들어왔더라면 전부 포맷되서 날아갔을 텐데, 정말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난 하루 만에 논문을 대략적으로 갈겨 적었다. 석사 논문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쉽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쉽게 생각했다. 게다가 우리 교수님은 웬만하면 점수도 잘 주시는 인자하신 분이기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것은 내 오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