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중간 많은 이야기들을 생략했다. 나를 힘들게 한 그 분 덕분에 내 실력이 오른 것도 사실이고, 큰 문제들도 많이 해결되었다. 이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며, 지금의 나도 그 때의 그 분만큼 못할 것 같기에, 그 분을 존경하긴 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모바일팀이 이제 나 혼자가 된 것이다. 편한 점도 있었다. 이 시기가 되니 어려운 사람도 별로 없고(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웬만하면 칼퇴를 할 수 있었다.(대신 월급이 가끔 밀렸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눈치 안 보고 놀기도 했다.
근데 내가 내 사수보다 못 하긴 했나보다. 사장한테 인정받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내가 기초적인 IT 상식이 좀 부족하다보니 더 무시당하기도 했다.(서버를 노트북으로 돌릴려고 하거나, 공유기를 허브 겸용으로 쓸 수 있단 사실을 몰랐거나 등) 사장은 어줍잖은 IT지식과 SI 경력을 이용해서 무리한 프로젝트나 일을 요구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리한 수준의 일은 아니었지만 내 월급을 생각한다면 뭘 시켜도 무리한 일이긴 했다. 컴공 4년제 졸업한 사람이 병역을 해결한다는 미명하에 월 130에 일한거니 말이다.
내 상사가 그리워 진 건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였다. 모바일 자체에 좀 적응했고 pc의 sw쪽도 적응했으며 같이 일하시는 분이 pc쪽을 잘 해서 무난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이 받아온 문제의 프로젝트. 하드웨어 연동이긴 한데, 단순 연동이 아니었다. 레퍼런스가 전무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었지만, 그당시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솔직히 지금하라고 해도 한숨이 좀 나올 것 같았다. 이 프로젝트는 상사가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았던 프로젝트였다.
상사가 있어서 좋았던 점은 너무 무리한 프로젝트는 상사 선에서 적절하게 컷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걸 막아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난 울며 겨자먹기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난 여기서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하나 배웠다.
그 것은 바로 '절대로 일을 미루지 말자'는 것이다.
하드웨어 파트를 준비하는 업체가 따로 있었고, 난 소프트웨어를 준비했다. 난 이 프로젝트가 하기 싫었기에 안일하게 대처했다. 하드웨어 업체를 쪼으지도 않았고 이 것에 대해서 사장한테 보고하지도 않았다. 사장은 하드웨어쪽 진행이 느린 걸 알고 있었으나 외면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알아서 해결 하길 바랐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1차 데이터가 필요하단 것이다. 난 내 개인 사정을 이야기하며 못 할 것 같다고 얘기했으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내 개인사정은 알겠으나 어떻게든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결국 미루면 그 일은 내 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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