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지나가니까, 잊혀지니까, 잡아야 하니까 트렌드다
서울대에서 나온 책이라 문장은 매끄럽다. 읽을 때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새로운 용어를 많으나 어려운 용어는 없다.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했고 그 것을 매끄럽게 설명했다. 나같은 사람이 폄하할 책이 아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을 이용한 패러디로 조롱당할 책이 아니다. 매끄러운 문장과 단어, 흐름등은 우리 나라의 트렌드 파악에 큰 도움을 줬다.
정성스러운 자료 조사와 쉬운 문장, 세밀한 분석들 덕에 우린 새로운 걸 배우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뻔한 내용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뻔한 내용이 많이 보이다보니 냉소적인 사람들 눈엔 이 책이 그저 그런 책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난 이 책을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 토끼가 점프 뛰는 건 알아도 교토삼굴이라는 사자성어는 몰랐으며, 알파 세대의 주요 소통 수단에 문자가 들어간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외에도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이 많다. 그저 그런 책이라거나 당연한 이야기만 늘어 놓는 책이라고 비판받을 책은 분명 아니다.
책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쉽게 읽히나 이미 아는 내용에 새로운 용어가 붙여진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책에서 예측하는 미래가 암울하다보니 독자들은 숨막힐 수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트렌드를 읽을 뿐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해 주진 않는다.
토끼는 점프를 뛴다. 당연한 말이다.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당연한 말이다. 이 책에선 우리가 열심히 해야 할 공부의 후보군들이 뭔지 알려준다. 대신 어떻게 열심히 해야할 지 알려주진 않는다.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을 보며 트렌드를 모르더라도 열심히 사는 사람은 성공할 것 같다. 반대로 이 책을 읽어도 게으른 사람은 실패할 것 같다. 교토삼굴 몰라도 PLAN A부터 C까지 세우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PLAN A 원툴로 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트렌드는 지나간다. 트렌드는 잊혀진다. 트렌드는 잡아야 할 가치가 있다. 결국 트렌드는 다시 돌아 오며 잊혀지게 되있다고 본다. 책에서 소개한 트렌드를 잡으려고 달려가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흐르는 물은 손으로 움켜 쥔다고 잡히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안의 나쁜 것들이 씻겨져 내려간다. 이 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기 좋다는 말을 길게 말한 걸 보면 나도 이 책한테 전염된 것 같다. 한 해를 돌아보거나 다음 해를 준비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은 맞다. 책에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싫다. 가볍게 보며 적당히 지적 허영을 채우고 싶을 뿐이다. 트렌드를 따라가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신년 첫 독서 모임 책이 이런 책이니 지식 뽕도 추가되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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