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평 : 뭔 말인지 다는 모르겠지만 뭔가 멋지다. 잘 읽히지만 잠이 온다. 오묘한 책이다.
잠 못 드는 현대인들에게 ASMR은 사막 가운 데 오아시스다. ASMR의 기분 좋은 팅글은 뇌를 자극하며 어느 순간 우리를 잠에 빠지게 한다. 마치 마약과 같으며 이 것이 없으면 잠을 못 자기도 한다. ASMR 고인물들은 팅태기에 빠져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맨다.
절대 질리지 않을 초강력 수면제를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청각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ASMR과 다르게 시각과 사고를 통해 뇌를 직접적으로 주물러 준다. 마사지를 받으면 온 몸이 나른해지듯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샌가 스르르 잠에 빠진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난 이 책을 혹평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아쉽게도 난 정재승 교수님처럼 똑똑하지 못해서 가슴이 두근거리진 않는다. 교수님은 이 책을 밤새워 읽었다는 데 난 낮잠을 실컷 자고도 이 책 덕분에 숙면을 취했다. 오랫동안 먹던 수면제를 끊은 건 최근 피곤해진 탓도 있지만 이 책 덕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또 하나의 수면제, 바로 우주 다큐멘터리다. 분명 흥미진진한 데 정신차려보면 아침이다. 낮에 들었다면 지구에서 출발한 것 같은 데 정신 차려보니 해왕성을 향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지루하지 않지만 분명 잠이 온다. 우주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로 뇌를 주물러주기에 그런 것 같다.
잠이 잘 와서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수학적 사실들은 우리의 지적 갈급함을 채워 준다. 쓸 데 없어 보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수학계에 끼친 영향은 실로 경이로우다. 이 외에도 다양한 난제나 미제들의 아름다움은 표현할 수 없다. 단순해 보이지만 어려운 수많은 문제들은 여전히 자신을 풀어줄 수학자를 기다리고 있다.
불면증과 우울증은 모두 공허함에서 오는 것 같다. 정재승 교수님이 당시 겪은 고민을 우울증이라고 본다면, 내가 겪은 건 분명 불면증이다. 나와 정재승 교수님의 공통점은 이 책을 통하여 그 아픔이 치료됐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책을 통하여 진리를 향한 수학자들의 치열한 고민을 보셨다. 그 열정이 너무 뜨거워 그의 고민과 우울을 태워버리고 그의 가슴에 열정의 불을 지폈다. 불면증으로 인해 내 가슴에 내려앉은 차가운 염증도 치료됐다. 열선 치료를 받듯 책을 읽다 보니 내 뇌에 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자연 발화가 일어나 염증만 골라서 태운 것이다.
개발자로서 수학자들의 열정에 공감이 많이 갔다. 그들의 엄밀함에 대한 집착은 가히 경이롭다. 해답을 찾아가는 개발자들의 모습과 겹쳐져서 동질감이 많이 느껴졌다. 답과 그 것이 왜 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미칠 듯한 궁금증과의 사투는 누구에게나 괴로운 것을 봤다. 마침내 그것이 풀렸을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그 꿈을 한참의 세월 끝에 이뤄낸 와일즈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와일즈 교수의 증명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요, 영화같이 감동적이며 극적이다. 책이 끝날 때 밀려오는 허탈감과 시원섭섭함 그리고 진한 여운이 그 것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 했다. 그래도 책 가운데 두근거리는 열정은 내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증명해 내며 풀어내고 그것을 알리는 열정은 내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이런 열정과 두근거림 그리고 짜릿하면서도 시원하고 편안한 기분을 모두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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