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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양서적을 낚았는 데 전공서적이 딸려 왔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한줄평 : 물고기 생김새 묘사가 많아 지루한 듯 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묘한 책

 

  바다의 신비로움에 빠지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와 바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익숙한 부분은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되었고, 생소한 부분도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풍성해져서 즐거웠습니다. 맛에 대한 묘사나 식감에 대한 묘사도 일품이라서 배고플 때 읽으면 고문과 같았습니다.

  어패류가 아무리 맛있다 할지라도 그냥 먹지는 못 합니다. 회를 먹는다면 적어도 칼은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의 강점이자 약점은 바로 묘사와 설명의 풍부함입니다. 책의 이러한 점은 군침을 돌게 만들지만 그와 동시에 지루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시간이 갈수록 전공서적처럼 느껴지며, 고등학생때 열심히 읽었던 비문학 지문의 비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고착화가 되자 점점 읽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누군가는 굴을 생으로 먹길 즐기고, 누군가는 푹 끓여서 국밥으로 즐깁니다. 제가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생으로 먹어야 할 사람이 끓여 먹었거나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처음엔 너무 재미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자산어보 등의 고전 내용이나 백과사전에 볼법한 내용들로 점점 채워지는 책을 보며 알 수 없는 더부룩함을 느꼈습니다.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이 내 입 맛이 아니면 어떨까요? 저는 불친절한 맛집보단 친절한 보통집을 갑니다. 이 책은 정성들인 불친절한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서평을 남긴 데이터과학자의 사고법을 읽고난 후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혹은 정식을 시켰는 데, 처음엔 고급 메뉴가 나오더니 나중엔 배만 부른 저가 메뉴만 나온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귀는 못 생겨서 버림받은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귀찜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 책의 진가를 못 알아본 어부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의 문해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평을 적고 있는 제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것 하나만은 자신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횟집이나 바다 혹은 수산시장으로 달려 가시게 될 것이라는 걸요! 그리고 바다하면 보통 여름바다 생각하는 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가을과 겨울에 꼭 바닷가 수산시장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습니다. 이 점 만큼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