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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자꾸만 손이 가는 묘한 매력 - 회색 인간, 김동식


한 줄 평 : 쉽게 읽히고 재밌다. 상상초월은 아니지만 상상을 묘하게 비껴간다.

글을 흡입하게 만든다. 이 책, 이 작가를 표현하는 한 마디를 꼽자면 이렇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묘사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어느 샌가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또 다시 다음 이야기로 달려가게 만든다. 만화나 영상물보다 더 사람을 끌어 땡긴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보게 만든다. 그렇게 보다보면 책이 끝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좋다. 결말을 예측하면서 봐도 좋다. 어떤 상태에서 보더라도 한번 보기 시작한 글은 결말까지 독자를 끌고 간다.

내가 이 소설에 감탄한 부분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압도적인 물량이며 두 번째는 매번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결말이 우리의 예상을 묘하게 비껴간다는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기발한 생각을 한다. 기상천외한 꿈을 꾼다. 그런데 그 것을 글로 옮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그런 기발한 글이 수십개, 수백개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책의 추천사처럼 '세상에 없는' 작가가 나온 것이다. 장르 또한 다양해서 어떤 글이 나올지 예측불허다. 묘한 반전까지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내가 눈치가 없는 걸까? 난 결말을 다 틀렸다. 그 것도 묘하게 틀려서 더 기분 나쁘다. 진짜 나쁘다기 보단 재미를 느끼면서 기분 나쁘다. 재미가 있기에 다음 이야기를 펼쳐 든다.

책을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주전부리계의 진수성찬'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같이 쉽게 읽히는 이야기가 형형색색 빛을 뿜어내며 읽는 즐거움을 준다. 물리지 않는다. 질리지 않는다. 질릴 수가 없다. 질릴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기에 어느 순간 자신을 자재해야 할 순간이 온다. 자재하지 않으면 계속 읽기 때문이다.

깊이에 대해선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단편의 숙명일 수도 있지만 단편 역시 깊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상상력을 묘하게 비껴가는 것이 아니고 완전히 찢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들은 누구나 상상할 법한 내용들이다. 그 것을 현실로 옮긴 것 역시 소수의 사람들은 할 수 있다. 어쩌면 같은 소재로 더 깊고 풍부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글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내 개인 취향이라고 본다. 진짜 잘 쓰는 글은 "누구나 쓸 법한 글"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었으나 아무도 글로 옮기지 않았다. 생각을 조각내진 못 했지만 비틀어 버린 것 또한 무척 대단한 일이다. 이런 글을 엄청나게 많이 지어낸 작가에게 경외심을 표할 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추천사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왜 매력적인지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회색 인간부터 피노키오의 꿈까지 이야기에 매료됐다면, 추천사를 보며 작가에 매료된다. 추천사까지 다 읽고 나면 작가에 푹 빠지게 되며, 작가가 풀어낼 다음 이야기 보따리들을 더욱 기다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