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면접도 꽤 잘본 것 같았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박수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 그리고 면접관님들도 내게 굉장히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발표는 나지 않았다. 역시 교직원의 벽은 높다고 생각하며, 스타트업에 출근하기로 하였다. 신생 회사 특유의 분위기에 설렜다. 병특에서의 고생이 드디어 보상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난 웹을 전혀 모르는 사람인 데, 웹 페이지 구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드프레스나 윅스 같은 걸로 구축할 것을 말했으나, 반려되었다. 그런 프레임워크를 쓰면 커스터마이징이 어렵고 느리다는 이유였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사장이 생각하는 내용이 내겐 너무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렇다. 난 팀장급의 연봉을 받고 입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사장은 내가 충분히 팀장급의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입사할 땐 몰랐으나 아차싶었다. 게다가 이 시기에 여기저기서 전화도 왔다.
부담감에 짓눌렸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으쌰으쌰 하는 데 난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죄책감도 들었다. 차라리 병특때 불렀던 연봉만큼만 부를 껄 후회도 들었다. 이 후회는 정말 꽤 오랬동안 하였다. 물론 지금은 그런 후회를 하진 않지만 정말 꽤 오랫동안 후회했다. 이 때 면접본 곳에서 합격통보가 왔다. 바로 그 선망의 대상이던 교직원에서 말이다.
이 시기에 새벽기도를 열심히 다녔다. 금요기도회도 아니고 수요예배도 다녔던 것 같다. 기도하고 고민했다. 정말 웃긴 건 기도할 당시엔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간증 비슷한 것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도 기도해보신 결과 스타트업에서 발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내 능력은 너무 부족했고, 난 너무나 도망치고 싶었다. 정말 웃긴 게 기도할 땐 분명 스타트업이라고 응답받은 것 같은 데, 난 결국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교직원을 선택했다. 퇴사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난 이 때 왜 몰랐던 걸까? 하나님께서 날 말리신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내 인생 최악의 시절이었다. 그 때 그 분들이 이해도 가고, 힘드셨겠구나 생각도 들지만 난 그 때 죽고 싶었다. 지금도 내 구글블로그에는 내가 눈물을 흘리며 부들거리면서 쓴 글이 아직 남아있다. 그 때를 떠올려보니 지금은 그저 감사할 뿐이다. 지금 역시도 난 부족하다. 하지만 그 때만 생각한다면 무슨 일이든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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