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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분좋은 라떼 한 잔, 그 뒷 맛까지 음미하게 되다(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한줄평 - 인자한 어르신과 "라떼" 한 잔 하며 즐겁게 그 분의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네요. 좋았어요.

 

  이 책을 읽게 되면 인자한 어르신과 대화를 한 기분이 든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자한 어르신의 설교를 기분 좋게 들은 기분이 든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담아’ 조언하시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자. 조부모님이나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우린 그 것을 ‘잔소리’라고 부르며 성가셔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는 우리가 ‘잘 되길 바라시는 마음’을 가지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말씀하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그렇다고 성가셨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 저자가 이 귀한 내용들을 적절하게 가공하고 편집하면서 내용만 잘 살려주었기에 우리는 불편하지 않게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글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고 싶을 때만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의 저자를 존경한다. 어르신들은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좋아 하지만, 젊은이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젊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즐기진 않을 것 같다. 노인들은 같은 말을 한 문장 안에서도 여러 번 반복한다. 그리고 여러 차례 만나게 되면 이전에 했었던 얘기를 또 한다. 그리고 말의 논점도 잘 이해하지 못 하시는 경우도 많으시며, 하시고 싶은 말씀만 하시는 경향도 강하다. 책 속 인생의 현자들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노인과의 대화, 그 것도 수많은 분들과의 장시간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을 젊은이들-난 젊은이와 늙은이의 경계선이 서있어서 모든 젊은이들을 대변할 순 없다.-이 잘 읽을 수 있도록 가공하였다. 이 점 역시 내가 작가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 때는 말이야” 이런 말을 들으면 감정이 복잡하다. 특히 회사에서 저런 말을 들으면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 하지만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 나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저런 말을 하면 존경심을 가지고 듣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저 말을 하게 되는 위치가 되면서 더욱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이 말은 그렇게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 말을 우스꽝스럽게 비틀어버린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 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이다. 이 책속 인생의 현자들 역시 “라떼”를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들의 “라떼”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쟁, 대공항 등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들인지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여기서 저자의 역량이 다시 발휘된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를 하시면서 많은 말씀들을 하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밑줄치고 계속해서 메모해가며, 감동받아가며 읽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이 책의 ‘뒷 맛’을 음미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성경의 잠언과 전도서가 떠오른다. 그리고 예수님의 여러 설교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저자와 인생의 현자들이 깊은 ‘인류애’를 가지고, 다음 세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 책을 펴낸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분들의 조언을 뼛속깊이 새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지금’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있는 말씀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 인상 깊기에 어떤 걸 꼽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의 현자들은 우리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해선 지금을 음미하며 감사해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뻔한 말일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이 쉬운 행복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 조언은 너무나 귀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책의 뒷맛을 음미하며, 지금을 즐겁게 음미한다. 이 책을 보니 이 명언이 떠오른다. Present is present(현재는 선물이다.).